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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언덕에서배운것

안희연 ‹ 실감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우리의 여행은 달이 없다는 전제하에 시작되었다 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걷는 동안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달은 다르면서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을 찾으려면 밤의 한가운데로 가야 한다는 내게 너는 바다에서만 헤엄칠 수 있는 건 아니라 했고 모든 얼굴에서 성급히 악인을 보는 내게 사랑은 비 온 날 저녁의 풀 냄새 같은 거겠지 말했다 우리는 보폭을 맞추며 씩씩하게 나아갔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온갖 종류의 그리움 같아 내가 말하면 구름이 아름다운 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겠지 핑퐁을 치듯 이따금 일렁이는 불에 젖은 마음을 말려보기도 했지만 언제나 시간은 거대한 장벽을 펼쳐 보일 뿐이었다 달 없는 밤을 견디기 힘.. 더보기
안희연 ‹ 덧칠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나는 네가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믿을까봐 두렵다, 장의차가 지나가는 풍경, 가스 불을 켤 때마다 불에 탄 얼굴이 떠오르는 일. 이제 너는 싱그러운 꽃다발을 보고도 메마른 시간을 떠올릴 것이다, 누구보다 예민한 귀를 가진 사람이 되어 세상 모든 발소리를 분간할 것이다, 빛이 충분히 드는 집을 찾겠다고 이사를, 이사를 하고, 붓과 물감을 사들일 것이다, 나는 네게 환한 시간만을 펼쳐 보이고 싶은데, 집 안의 시계를 전부 치워버리고, 시간이 일으켜 올릴 싹을 두려워하며, 씨앗 없이 흙을 채운 화분, 그곳에선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기를 것이다, 그러다가도 이따금, 손이 손 모르게 그려낸 얼굴을 마주하곤 놀랄 것이다,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유령처럼 걸었던 밤길이, 안간힘 썼던 모든 것을 제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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