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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작품들

시청자와 캐릭터가 함께 성장하는 서사가 무엇인지 보여준 '스캄 프랑스(SKAM France) 시즌 5'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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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스캄 프랑스(SKAM France) 시즌 3에 대한 리뷰와 주연 배우 악셀 오히엉 및 막성스 다네 포벨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프스캄 시즌 3에 푹 빠져 있다가, 슬슬 시동을 걸어서 시즌 4와 시즌 5까지 정주행했다. 프스캄의 연출과 서사는 모든 시즌 좋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내게 의미 있게 여겨졌던 스토리는 시즌 5였다. 시즌 5는 아르튀르(Arthur)의 관점으로 진행되며, 장애와 가정폭력, 폴리아모리 등 역시나 다양한 주제를 하나의 시즌 안에서 경계 없이 다룬다.

 

 

스캄 프랑스 시즌 3 리뷰 : 막성스와 악셀 오히엉의 케미로 스토리의 여운이 더 깊게 남는 작품

인스타 팔로워 중에 스캄 프랑스(SKAM France)의 자막을 불한번역한 분이 있어서, 간간히 피드에서 보다가 왓챠에서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스캄 프랑스는 현지에서 총 7번째 시즌까지 나오고 있는

what-is-it-you-really-like.tistory.com

 

그러면 시즌 5 리뷰 시작!

 

청각 장애인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심한 연출

시즌 5는 의대를 목표로 할 만큼 성적도 좋고 모범생 축에 속했던 아르튀르(Arthur)가 아버지의 연이은 가정폭력과 스피커 소음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즌 5의 첫 화에서 아르튀르는 친구들과 간 클럽에서 스피커 앞에 서 있다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미루고 미루던 병원에 갔다가 청각을 90%가량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전 시즌에서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체성의 문제나 외모(인종)로 인한 어려움을 전혀 겪은 적 없던 아르튀르라는 캐릭터가 한 순간에 비장애인의 세계에서 장애인의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르튀르는 당연하게도 농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비장애인 친구들의 세계에 계속해서 속하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여기서 아르튀르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연출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청각 장애를 갖게 된 아르튀르의 일상 속 현실적인 불편함을 드라마에서 굉장히 세심하게 연출했다. 보청기를 끼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끼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던 아르튀르는 사고 이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마치 물 속에서 바깥의 소리를 들으려 하면 들리는 소리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로 아주 작게 들릴 뿐이다. 이에 주변 사람들은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필담'으로 대화를 시도하긴 하지만, 학교 생활조차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법. 

 

결국, 아르튀르는 보청기를 끼기로 한다. 보청기를 끼니, 선명하게 되돌아오는 소리. 하지만 보청기를 빼면 다시 물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웅웅대는 소리가 아르튀르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거기다 보청기는 음량 조절이 제대로 안 돼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아르튀르의 대사는 '귀가 잘 안 들리면 보청기를 끼지, 왜 안 껴?'라는 위로 아닌 위로가 사실 지나치게 '청인' 중심이었음을 되돌아 보게 한다. 특히 아르튀르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시즌 5는 아르튀르가 보청기를 끼지 않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소리를 한껏 줄여 답답하게 연출하고, 보청기를 끼면 다시 큰 소리로 음량을 돌아오게 만들어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의 일상을 함께 경험하여 아르튀르의 감정에 더 이입하게 만든다.

 

배려한답시고 놀리는 것 같은 아르튀르의 친구들

 

'노에'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더 넓어지는 프스캄의 세계관 

프스캄은 매 시즌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얀과 뤼카를 비롯한 중심 인물들의 일상에 커다란 동심원을 만든다. 시즌 3에서는 엘리엇, 시즌 4에서는 소피안, 시즌 5에서는 '노에'가 새롭게 개입되는 인물이다. 노에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농인으로, 아르튀르가 청력을 잃은 뒤 가게 되는 농인 커뮤니티의 리더이기도 하다. 노에라는 인물이 시즌 5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굉장히 큰 편이다. 보청기를 끼면 청인들과 함께 일상 생활이 가능한 아르튀르는 원래 지내던 친구들과 계속 만나면서, 농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노에라는 캐릭터와도 서서히 가까워진다. 노에는 아르튀르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농인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며, 청각 수술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노에' 역을 연기한 배우 너무 매력적이다. 

 

사실, 아르튀르가 노에에게 갖는 감정이 시즌 5를 구성하는 스토리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물론 노에에 대한 아르튀르의 연애 감정을 프스캄에서는 폴리 아모리(Poly-amory)라는 주제로 짧게 풀어냈다(한국인들은 바람이라고 극혐한다). 그런데 노에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아르튀르의 연애 상대로서만 중요한 인물일까? 나는 노에라는 인물이 오직 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던 기존의 스캄 프랑스 아이들의 견고한 '비장애인 중심 사고'를 깨뜨리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던 세계가 사실은 지나치게 비장애인 중심적이었다는 아이디어는 노에에서 아르튀르로, 그리고 아르튀르의 친구들로 서서히 전파된다.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청인 중심의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아르튀르가 시즌 5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친구들을 변화시키고, 마지막화에서는 다른 장애를 가진 교내의 로라, 멜키오르와 함께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다르지 않게 보는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장면은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한테 뭐가 필요할까? 경사로, 엘리베이터..."
"로라한테 소리가, 나한텐 시각 자료가 필요해."
"장애가 더 많이 보여야 해. TV나 영화 등에 장애인이 나와야 해."
"비장애인을 위한 세상에서 사는 걸 멈춰야 하지. 노력해야 할 건 우리가 아냐. 장애는 우리 잘못이 아냐."
"우린 너희가 해야 할 일을 말해주려고 해."
"너희가 해야 할 건..."
"별거 없어."
"전혀 힘든 게 아냐."
"우린 섹스가 필요해. 우리의 몸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아. 그런데 너희 몸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긴장 풀고 우리한테 작업 걸어줘. 우리도 사랑에 빠지고 싶거든."

- 에피소드 10, 시즌 5

 

시즌 5에는 의미 있는 장면과 좋은 대사들이 차고 넘치지만, 내게는 위 장면이 최고의 장면이다.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과 장애인이 생각하는 그것은 사실 너무나 다르다는 걸 일깨워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르튀르라는 인물도 성장하지만, 아르튀르의 세계를 함께 경험했던 시청자 또한 성장하게 된다. 시즌 5의 매력은 캐릭터와 함께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던 시청자의 세계도 함께 넓어진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어른들은 보지 못한 문제와 싸우고 있을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프스캄을 보면 내 인생만큼이나 타인의 삶도 입체적이고 고단하며, 그 사람 역시 내가 모르는 어려운 문제와 싸우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이전 시즌에서 아무런 문제도 고민도 없이 사는 것처럼 보였던 아르튀르가 어머니 모르게 시달리고 있었던 '가정폭력'은 '장애'만큼이나 시즌 5를 관통하는 커다란 사건이기도 하다. 아버지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해 청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보건선생님이 아르튀르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장면 또한 굉장히 울림이 컸다. 아마 이건 스캄 프랑스를 보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것 같다.

 

"있잖아, 아르튀르. 사람을 칠 때 손바닥으로 때리면 주먹보다 훨씬 아프단다. 내가 잘 알아. 엄마한테 배웠거든. 엄마가 나한테 보여줬다고 해야겠지. 여러 번 때렸어. 머릿속에 새겨지도록.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폭력을 당하면 해결책은 갈라서는 것밖에 없어. 그 사람의 그늘을 벗어나야 해."

- 에피소드 9, 시즌 5

 

 


 

스캄 프랑스는 단순히 배우들이 잘 생기고 연기를 잘해서 재밌다기 보다는, 매 시즌 새로운 주제와 사회 문제를 세심하게 다뤄서 애정을 갖고 보게 되는 것 같다. 시즌 5는 아르튀르를 비롯한 프스캄의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청인 중심으로 사고하던 나의 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스캄 프랑스 최고의 시즌.
우리에겐 이런 드라마가 더 필요하다.

 

시즌 5는 아르튀르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훨씬 잘생겨졌다.

 

이 글에서 소개한 시즌 5의 내용은 굉장히 압축적이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시청하길 추천한다.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스캄 프랑스답게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자'라고 진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에와 아르튀르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농인들은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농인들은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지 등 청인으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할 뿐... 정말 배우는 게 많았다. 누구나 한 번은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캄 프랑스 시즌 5 | 왓챠

프랑스 한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10대 청춘들의 이야기. 각자의 불완전함과 비밀, 그리고 상처를 껴안은 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르튀르의 시선으로 바라본

watc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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