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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작품들

[스포포함] 왓챠 영드 '이어즈 앤 이어즈(Years&Years)' 리뷰 : 넷플릭스 블랙미러보다 맵고 무서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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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넷플릭스 only로만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작년부터 왓챠플레이도 함께 구독하여 보고 있다. 왓챠는 지난 포스팅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으나 독특하고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유니크 콘텐츠를 많이 서비스한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넷플릭스만 이용하다가 왓챠를 이용하기 시작한 계기를 만들어준 영국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Years&Years)'를 리뷰해보려 한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드라마이기도 하고, 넷플릭스의 '블랙미러(Black Mirror)' 시리즈와 자주 비교되어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 '블랙미러'를 재밌게 보는 시청자라면, 분명 '이어즈 앤 이어즈'도 숨 안 쉬고 완전 몰입하여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상 리뷰 쓰기 전부터 이미 강력 추천 :D

 

image from Amazon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블랙미러'와 비교해서, '이어즈 앤 이어즈'만의 매력은 어떻게 다른지 중심으로 리뷰해보려 한다. 스포일러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안 본 분들이라면 주의하시길 바란다.

 

 

이어즈&이어즈 | 왓챠

[왓챠 익스클루시브] 브렉시트 후의 영국,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이 인기몰이를 하는 동안, 한 가정의 가족사가 해를 거듭하며 빠르게 펼쳐진다. 우리가 미래에 관해 기대하고 두려워하

watcha.com

 

블랙미러보다 훨씬 더 가깝고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는 작품

왓챠익스클루시브 '이어즈 앤 이어즈'는 2019년 첫 방영이 되었으며, BBC와 HBO가 함께 제작에 투자한 작품이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특징인 '이어즈 앤 이어즈'는 브렉시트 이후(2019)부터 2034년까지의 매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는 개별 에피소드가 이어지지 않고 가까운 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딱히 이야기의 극중 시간대를 특정하지 않는 '블랙미러'와는 다른 지점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이 2021년 8월인 점을 생각해보면, '이어즈 앤 이어즈'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과 내일을 다룬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극우 정치인을 본 딴 것으로 보여지는 인물이나, 미국의 트럼프(극중에 나온다)가 인물들의 대화 주제나 일상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말 그대로 현실 풍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여동생 로지의 아이를 안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다음엔 어떻게 될까'를 외치는 다니엘의 대사는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는 한 회당 20-30분 분량으로 총 6개의 에피소드, 1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다. 짤막짤막한 에피소드 6개를 모아서 약 20년의 사회 변화를 빠르게 그려내다 보니, 블랙미러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도 굉장히 자극적이다. 극중 배우들의 대사도 시니컬하고 현실비판적인 내용이 많아서 내가 드라마를 보는 건지 풍자 코미디를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거나, 이질감이 든다는 불호평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다 하는 드라마...'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트랜스 휴먼을 꿈꾸는 스티븐의 딸 '베서니'

 

유쾌하던 대가족의 일상에 드리우는 정치사회적 변화의 그림자

드라마가 현실을 대놓고 비판하다 보니, 총 6화에 걸쳐 다뤄지는 사회 문제 또한 다양하다. 핵 미사일 발사, 그로 인한 방사능 피폭 문제, 난민 추방과 탄압,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기계의 인간 대체, 기술 만능주의와 트랜스 휴먼, 전 세계 은행의 도산, 페이크 뉴스, 감염병, 상시로 일어나는 해킹과 정전까지... 사소한 현실 반영 포인트를 제외했는데도,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중 단연 핵심 주제로 다뤄지는 건 '세계 정치의 우경화(극우주의)'이다. 

 

각기 다른 직업과 정치적 견해를 지닌 라이언즈 가문의 로지, 이디스, 대니얼, 스티븐이라는 4남매와 그들의 할머니 뮤리엘이 '비비언 룩'이라는 이상한(?) 극우주의 정치인의 등장의 성장과 함께 서서히 일상을 빼앗긴다.

 

극우주의 괴물 정치인 '비비언 룩', 영화 '크루엘라'에 나온 그 배우 맞다. 엠마 톰슨!

 

은행에서 일하던 큰 형 스티븐은 전 세계 은행권의 연이은 도산으로 직장을 잃고, 자전거 배달부 일을 시작한다. 주택 관리 공무원으로 난민들을 관리하던 대니얼은 핵 미사일의 발사로 사회가 불안정해진 틈에, 평소 마음을 품고 있던 난민 빅토르와 사랑에 빠진다. 선천적으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 막내 로지는 세상을 뒤집어 줄 거라 생각하며 비비언 룩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후 비비언의 이주민 격리 정책으로 인해, 로지가 사는 동네에 이주민이 많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자신도 격리를 당한다. 이디스는 본투비(Born to be) 사회운동가로, 미국이 중국의 훙샤다오 섬에 핵 미사일을 쏠 때 인근 지역에서 이를 지켜보다가 피폭당한다. 이디스는 원래 무정부주의자였기 때문에 일상 자체에 큰 변화를 겪지는 않지만, 방사능 피폭으로 이후 건강상에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할머니 뮤리엘의 극중 대사는 이들이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모든 변화의 그림자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자조하고 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앉아서 종일 남 탓을 해! 경제 탓을 하고, 유럽 탓을 하고, 야탕 탓을 하고, 날씨 탓을 하며, 광대한 역사의 흐름을 탓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핑계를 대지. 우린 너무 무기력하고 작고 보잘것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잘못이지. 왜 그런 줄 아니? 1파운드 티셔츠 때문이야. 1파운드짜리 티셔츠는 거부할 수가 없지. 우리는 모두 1파운드 티셔츠를 보면 이렇게 생각해 '완전 거저네, 맘에 들어' 그러곤 사지.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겨울에 받쳐 입을 티셔츠 하나 있으면 좋잖아? 가게 주인은 티셔츠 값으로 달랑 5펜스를 남겨, 밭에서 일하는 어떤 농부는 0.01펜스를 벌고...그래도 우리는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 값을 치르고 평생 그 시스템을 믿지.

난 모든 게 잘못되는 걸 봤다. 시작은 슈퍼마켓이었어, 계산대 여자들을 자동 계산대로 바꾼 게 시작이었지.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죠, 저도 늘 싫어했어요!)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했잖아? 20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거리 시위는 했니? 항의서는 썼어? 다른 곳에서 장을 봤나? 안했지? 씨근덕거리만 하고 참고 살았어.

인제 계산대 여자들은 다 사라졌다. 사실 우린 그 계산대를 좋아하고 원해, 거닐다가 장 볼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되거든. 계산대 여자와 눈 마주칠 일이 없지. 우리보다 적게 버는 여자들 말이야. 인제 없어졌어. 우리가 없앴고 쫓아낸 거야. 참 잘했어, 그러니까 우리 탓이 맞아.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축하한다. 다들 건배하자.

*출처 : 이어즈&이어즈 등장인물 나무위키

 

우리는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이렇게까지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래서 이 작품은 사회 풍자만 하고 끝나는 건가 싶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어즈 앤 이어즈'라는 드라마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냥 '너희가 잘못 살고 있는 거 맞지?' 라고 비판만 하고 끝내지 않기 때문이다. 

 

난민 수용소에 침투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수용소 상황을 생중계하는 이디스

 

비비언 룩의 난민 정책으로 추방 당한 빅토르를 다시 영국 땅으로 데려오기 위해 길을 떠난 대니얼은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브로커에게 주고 고무보트를 타고 빅토르와 함께 바다를 건너다가 죽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니얼의 죽음과 빅토르의 생환은 이야기를 급 전환하는 포인트가 된다. 라이언즈 가문의 로지, 이디스, 스티븐은 대니얼의 죽음을 경험한 뒤, 더 이상 스스로의 삶을 비비언 룩 같은 괴물에게 내맡기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특히, 비비언 룩의 회사에서 일하며 난민들을 수용소로 보내는 일을 하게 된 스티븐이 빅토르에 대한 개인적 감정으로 고뇌하며 또 한 명의 괴물로 변해가는 장면은 지나치게 비극적이라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시청자로서는 동생을 잃은 형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생계를 위해 비비언 룩의 기업에서 일하는 스티븐이라는 캐릭터는 결코 좋아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스티븐도 결국에는 자수하고 비비언 룩의 비리를 세상에 고발하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사회 구성원 한 명의 결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이유에서 영향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모두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매우 사소하고 개인적인 경험과 저마다의 감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빼앗긴 일상을 되돌리는 것은 결국 '사랑'

“사랑. 내 본질은 그겁니다. 사랑. 난 사랑이에요.”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음의 문턱에서 스스로를 디지털화 하는 이디스가 인간으로서 남긴 이 말은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에피소드 1화부터 6화까지 현실 비판을 멈추지 않던 이 작품은 우리가 마주할 향후 20년 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정치 개혁이나 기술 만능주의가 아닌, 사랑을 꼽는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과 배경을 가지고 있던 대니얼은 사랑하는 연인이 처한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바다를 건넌다. 비비언 룩으로 인해 격리될 위기에 처한 로지는 바다를 건너다 죽은 오빠 대니얼을 생각하며, 자신을 장애인이라 조롱하며 앞을 막아선 경찰들을 향해 트럭을 몰고 맞선다. 난민 수용소에 다시 갇힌 빅토르를 구하기 위해 나선 이디스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한 대의 명분이나 정치적 견해가 아닌,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아닐까.

 

대니얼과 빅토르

 

스트레스가 쌓이는(!) 드라마, 하지만 꼭 봐야 할 작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원래 좋아해서 매우 만족하며 시청했다. 하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워낙 무겁고 스토리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어서,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무엇보다 빅토르라는 인물이 대표한 난민의 삶은 드라마를 통해서 아주 일부 엿보았을 뿐인데도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마 빅토르가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상실감을 느끼며 작품에 이입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빅토르가 아닌 대니얼의 죽음을 시청자로 경험하면서, 전 세계 2,590만에 이르는 난민들이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일상에 대해 아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 또한 작품에서 의도한 장치라 생각했다.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를 본 뒤, 난민에게 필요한 도움을 지원하는 한 자선단체에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트랜스 휴먼이 되어버린(?) 베서니

 

블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블랙미러'를 재밌게 보는 분들이라면, 왓챠에서 '이어즈 앤 이어즈'를 꼭 보길 바란다. 20년 안에 만나게 될 최악의 미래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시즌 2는 2040년쯤 나오지 않을까? 

 

 

이어즈&이어즈 | 왓챠

[왓챠 익스클루시브] 브렉시트 후의 영국,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이 인기몰이를 하는 동안, 한 가정의 가족사가 해를 거듭하며 빠르게 펼쳐진다. 우리가 미래에 관해 기대하고 두려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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