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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작품들

[스포있음] 왓챠 심리 스릴러 영화 추천 '굿나잇 마미(Ich seh ich seh)' :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정신적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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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들이 있다. 전체 줄거리가 궁금해지고,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잘 안 되는 작품들을 나 같은 사람들은 꼭 보고 넘어가야 한다. 유쾌하지도 재밌지도 않으며, 보고 나면 찝찝한 후회가 남을지라도 말이다. 이번에도 왓챠에서 서비스하는 영화 중 하나가 눈에 띄어 곧바로 시청했다. <굿나잇 마미(Ich seh ich seh)>는 국내 극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오스트리아 영화이다. 다 보고 나면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긴 하나, 나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소재라 '호'를 선택한다.

 

※ 해당 리뷰에는 결말 스포일러가 있다.

 

 

굿나잇 마미 | 왓챠

외딴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쌍둥이 형제는 외출한 엄마를 기다린다. 하지만 엄마는 성형수술 때문에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돌아오고, 그러자 아이들은 엄마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watcha.com

이미지 출처 : 왓챠

 

성형수술을 하고 돌아온 엄마, 과연 같은 '엄마'일까?

영화 <굿나잇 마미>는 성형수술을 하고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은 채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까지 얼굴 전체를 뜯어고치는 성형수술을 해야 했는지 배경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엄마는 오스트리아의 방송에 출연하는 나름 인지도 있는 방송인이라는 점을 두 쌍둥이 아들(루카스와 엘리아스)과 엄마의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왓챠

 

돌아온 엄마는 어쩐지 좀 이상하다,라고 쌍둥이 형제는 생각한다. 동물을 사랑하며 쌍둥이 아들에게 상냥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엄격하고 짜증이 늘어났으며 지나치게 예민해진 엄마가 돌아왔다. 쌍둥이 동생인 루카스에게는 화가 났는지 음식이나 입을 옷, 과일 주스 한 잔조차 주지 않는다. 형인 엘리아스는 동생 루카스와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면서, 돌아온 엄마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엄마 행세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한창 밖에 나가 노는 것이 즐거운 엘리아스와 루카스는 얼굴이 완전히 낫기 전까지는 햇빛도 위험하니 집에서 블라인드를 치고 얌전히 지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어긴다. 정원에서 뛰어놀던 형제는 어딘가에서 고양이를 데려와 엄마 몰래 침대 밑에 숨긴다. 하지만 시끌벅적 돌아온 아들들을 언짢게 여긴 엄마는 방에 들어와 물건을 뒤지고, 엘리아스를 학대한다. 침대에 올라가 몸을 짓누르고, 뺨을 때리는 것은 일쑤. 도대체 이 엄마는 왜 그러는 것일까? 어느새 시청자인 나 또한 엘리아스와 루카스 형제의 시선으로 붕대 감은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어쩌면 엄마가 정말 뒤바뀐 걸지도.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결국 엘리아스와 루카스는 엄마가 방에서 잠든 사이에 엄마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 버린다. 잠에서 깬 엄마는 화들짝 놀라고, 엘리아스는 엄마에게 계속 묻는다. "우리 엄마 어딨어요?" 엄마는 이런 엘리아스의 모습을 본 게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듯, 팔다리를 풀어주면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대로 아침밥을 해주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뒤에서 속삭이는 동생 루카스의 말에 따라 엘리아스는 더욱더 심하게 엄마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입술에 본드칠을 하고 다시 떼어내 피자를 억지로 먹이더니, 가까스로 탈출한 엄마가 멀리 가지 못하게 문 앞에 낚싯줄을 걸어놓고 넘어뜨린다. 

 

가까스로 엄마는 깨어났지만, 이미 엘리아스는 집에 불을 내기 일보 직전. 엄마는 엘리아스에게 말한다. 

"루카스가 죽은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원하면 앞으로는 루카스 몫의 식사와 옷을 같이 챙겨줄게."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어른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영화 <굿나잇 마미>는 공포감을 주는 대상이 엄마(어른)가 아닌 아이(엘리아스)라는 점이 신선했다. 스토리의 전반부까지 영화는 계속해서 쌍둥이 형제가 커다란 집에서 얼마나 방치된 채 살아가는지 꼼꼼하게 비춘다.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싸 실제로 누군지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엄마라는 대상은 아이의 시선에서 기괴하게 그려진다. 마치 이 영화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람이 엄마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영화 중반까지 실제로 쌍둥이 형제에게 물리적/정신적 학대를 일삼는 사람은 엄마이다. 하지만 이는 엘리아스 가족이 처한 상황의 일부만 확인했을 때만 그럴지도 모른다. 영화가 결말로 치닫기 직전까지 스토리를 이끄는 주체는 엘리아스 형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된 장면 중 하나. 별 것 아닌데 연출을 정말 잘 했다.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하지만 이런 엄마를 두 아들이, 실제로는 엘리아스가 고문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아이들이 한다기에는 다소 발칙하고 잔인하며 선을 넘는다. 엄마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잔인성은 수위를 모르고 올라간다. 아무리 잔인하게 행동해도 실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상관 없기 때문이다.

 

엘리아스의 동생인 루카스가 사실은 죽었다는 사실을 엄마가 상기시켜주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맞춰지지 않아 답답했던 퍼즐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아마 엘리아스의 엄마가 성형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미 이전에 엘리아스가 엄마를 물리적으로 고문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술을 받고 다시 자신을 고문한 아이가 남아있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엄마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의 행동에서 미묘한 거리두기가 보였던 것도 마찬가지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죽은 동생이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을 끝없이 의심하는 아들이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film-grab.com

차분하고 촘촘하게 쌓아올린 복선은 몰입에 도움 되지만...

영화 <굿나잇 마미>의 묘미는 영화의 전반부에 차분하고 촘촘하게 쌓아 올린 복선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엘리아스와 루카스가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루카스가 떠오르지 않는 점, 엘리아스가 루카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은 있어도, 루카스가 직접 엄마와 이야기하는 장면은 없다는 것, 엄마의 직업이 방송인이라는 점(이는 엄마가 성형수술을 받은 이유를 다른 쪽으로 짐작하게 만든다) 등은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서야 끄덕이게 되는 포인트이다.

 

이외에도 엘리아스 형제의 집 곳곳에 배치된 얼굴 없는 여성의 그림들은 성형수술을 받고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 같은 엄마에 대한 기괴한 느낌을 더해준다. 코르셋 모형이나 여자 인형이 배치된 집안을 둘러보다 보면, '엄마라는 인물이 미(美)에 특히 집착하는 인물은 아닐까'하고 시청자마저 의심하게 되니 말이다.

 

이미지 출처 : KMDB

 

하지만 결말에 등장할 반전을 위해 영화의 전반부가 다소 루즈해진 건 아쉬운 점이다. 디테일한 연출은 스토리의 임팩트에 도움이 되지만, 엘리아스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니...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안쪽으로 줄여 제작했어도 크게 문제없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rottentomatoes.com

 

기괴한 동시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장센

스릴러 영화나 미스터리가 있는 독특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굿나잇 마미>를 추천한다. 1시간 30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조금 길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미장센과 오스트리아 배경의 아름다운 자연이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치밀한 복선 디테일로 영화를 보는 사람 또한 엘리아스 형제의 집안에 남겨진 느낌을 받으며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 영화 <굿나잇 마미>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85%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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